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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리뷰

[인생리뷰] 5. 나의 승선기 - 승선기 2편

by 나의 30대 2022.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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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기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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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5 - [인생리뷰] - [인생리뷰] 5. 나의 승선기 - 승선기 1편

 

[인생리뷰] 5. 나의 승선기 - 승선기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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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도 인생썰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오늘은 한국에서 첫 승선 이후

30일간의 긴 항해 기간을 지나

캐나다에 도착해서부터 있었던 일들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Hi~ CANADA
Hi~ CANADA

 

30일 만의 새로운 작업들

30일간의 긴 항해가 끝나고

캐나다에 도착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캐나다에 도착해서

바로 부두에 배를 접안(주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배의 하역(짐을 육지에 내려주는 것)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우리의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항구 근처의 연안에서 앵커(닻)를 내리고

바다 위에서 대기했다.

 

이 상태를 앵커링 상태라고 불렀는데

나는 이 시간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연안이다 보니 바다가 거칠지 않아

배가 별로 흔들리지 않았고

항해당직이 필요 없어 자유시간도 많았다.

 

그리고 우리 차례가 되어 부두에 접안을 했는데

부두에 접안할 때엔 배의 로프를 육상에 걸어

배를 고정시키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때 모든 선원들이 동원되어 

각자 자리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식으로 배의 앞,뒤로 로프를 육지에 고정한다.
이런식으로 배의 앞,뒤로 로프를 육지에 고정한다.

모든 선원들이 접안을 위해 동원되는 걸 

Stan-by 상태라고 불렀는데

이 시간은 앵커링과 반대로 가장 힘든 시간이다.

 

왜냐하면 내가 당직 이후 잠들었는데

1시간 뒤 접안을 할 경우

당직 -> 1시간 휴식 -> 접안(약 2~3시간 소요)

-> 1~2시간 휴식 -> 다시 당직

이런 루틴으로 쉬는 시간을 쪼개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접안 이후에도

화물의 하역 당직이 존재한다.

 

내가 여수항에서 처음 배를 탔을 때는

이미 화물을 거의 다 실은 상태였기에

화물 작업은 캐나다에서 처음 접했다.

 

케미컬 선박의 화물 당직은

6시간 당직 -> 6시간 휴식

2교대 근무의 반복이다.

 

화물 당직은 보통 3등항해사와 2등항해사가

교대근무를 수행하며

3등항해사 당직시간에 조타수 2명, 갑판원 1명

2등항해사 당직시간에 조타수 1명, 갑판원 1명, 나(실습생)

이런 식으로 4명 정도가 한 팀이 되고

일등항해사는 중요한 순간들마다

계속해서 체크하면서 진행된다.

 

화물 당직시간에는 화물을 하역하면서

배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한다.

 

예를 들어 배의 왼쪽 탱크에서만

화물을 하역하면 배의 왼쪽 부분은 올라가고

배의 오른쪽 부분은 더 깊어지면서

배가 기울어 전복의 위험이 있다.

 

내가 탔던 실습선에는

총 24개의 탱크가 있었던 것 같다.

 

12개의 탱크가 좌우로 있었고

화물 탱크별로 용량이 달라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은 매우 중요했다.

 

보통 항해사가 배안의 센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탱크에 화물의 용량과 배의 기울기를 보면서

탱크별 화물 하역 속도를 조절하는 머리(?) 역할을 하고

조타수, 갑판원들은 갑판에서 하역 속도 조절을 위해

탱크와 연결된 밸브들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실습선 때 화물을 몇 만 톤씩 싣곤 했는데

갑자기 배에서 몇 만 톤이 빠지면

배가 높이 뜨게 된다.

 

이 상태로 항해를 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Ballast Tank(밸러스트 탱크)라는 곳에

해수를 채워 배의 무게 중심을 낮춘다.

 

세월호 침몰 당시에도 뉴스에 나왔던 밸러스트 탱크 이야기
세월호 침몰 당시에도 뉴스에 나왔던 밸러스트 탱크 이야기 (출처 : TV 조선)

 

하역작업은 처음에만 좀 어렵고

적응하고 나면 어려운 건 없지만

당직시간도 길고 2교대이다 보니

몸이 좀 피곤한 작업이다.

 

캐나다에서 외출을~

 

우리 배가 한국에서 화물을 싣고

캐나다에 하역한 화물은 Sunflow oil(해바라기유)였다.

 

이 화물은 기름류이다 보니 특이하게

탱크를 실은 기차에 하역을 진행했는데

 

한 기차에 하역을 하고 기차가 가득 차면

기존에 있던 기차가 가고

새로운 빈 기차가 오는 형태였다.

 

요런 느낌의 기차였다.
요런 느낌의 기차였다.(탱크로리라고 불렀음)

 

그런데 새로운 기차가 오기까지

시간이 굉장히 오래 소요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하역작업이 중지된 동안

2등항해사님과 같이 외출을 나가게 되었다.

 

사실 나의 첫 승선기였기에

수건, 비누, 슬리퍼 등

생필품 준비가 조금 부족했다.

 

그래서 캐나다의 쇼핑몰에 가볼 생각으로

외출을 나갔는데 캐나다에서는 내가 외국인이다 보니

외출 절차가 꽤나 까다로웠다.

 

출입국 수속을 위한 대리점의 도움으로

무사히 부두 밖으로 나온 나는 택시를 타고

캐나다의 쇼핑몰로 향했다.

 

당시 우리 배가 접안했던 곳은 밴쿠버 근처였는데

다행히 근처에 대형 백화점이 있었다.

 

백화점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사고

근처 음식점에서 스테이크도 먹었다.

 

쇼핑도 잘하고 배도 채웠겠다

2항사와 나는 캐나다 구경에 나선다.

 

그런데 음식점에서 나오고 조금 더 걸어가 보니

주변이 좀 시끄러워졌고

사람들이 많이 모였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외출한 날이 마침 7월 1일이었고

캐나다에서 7월 1일은 캐나다 데이라는 국경일이었다.

 

길거리엔 음악이 울려 퍼졌고

큰길을 중심으로 골목길마다

하나씩의 테마를 가지고 공연이 펼쳐졌다.

캐나다데이 퍼레이드 풍경
캐나다데이 퍼레이드 풍경

 

큰길에서는 퍼레이드가 이어졌고

사람이 너무 많아

나는 테마별 골목길 투어에 나섰다.

 

첫 번째로 갔던 골목은

서커스/마술 테마였던 것 같은데

마임 하는 피에로도 있었고

아찔한 곡예사도 있었고

나에게 풍선을 건네준 키다리 아저씨도 있었다.

 

두 번째 골목은

비트박스 테마로 외국 하면 생각나는

흑인 래퍼들과 남성미 물씬 풍기는 힙스터들이

비트박스로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중 내 눈에 띈 건 비트박스를 하고 있던

한국인이었는데 잠깐 이야기를 해보니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캐나다 데이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시간 관계상 두 번째 골목까지 구경하고

다시 배로 돌아갔던 것 같다.

 

하역 기차가 오지 않더라도

하역 당직시간은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6시간 당직 이후

6시간 자유시간 동안 외출을 한 것이었고

배에 복귀 후 다시 6시간 당직을 섰다.

 

가끔 지인들에게 항해사였다는 이야기를 하면

"외국 구경하고 좋았겠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사실 케미컬 선박의 항해사는

하역작업 때문에 외국 부두 구경만 하거나

잠을 포기하고 가끔 외출 나가는 정도입니다....


여기까지 저의 인생 썰이였습니다.

 

다음에도 저의 인생 이야기를 한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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